[김연배 교수님 연구실] 공동체-위계 조직문화(CHOC)와 인적 다양성의 상호작용이 혁신 성과에 미치는 영향
인적자원 다양성이 기업의 혁신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오랜 기간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영향이 공존하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였을 때 각기 다른 관점과 경험을 조합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반면, 이러한 ‘다름’이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나 의사소통의 어려움, 집단 간의 단절 등의 문제를 야기해 조직의 효율성과 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는 다양성-혁신 간의 관계가 단순한 인과관계가 아니라 조직의 맥락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공동체를 강조하는 문화와 위계적 조직 문화(Cohesive and Hierarchical Organizational Culture, CHOC)가 다양성의 효과를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2. 연구 내용
CHOC는 그 동안 다양성 연구에서 자주 다루지 않았던 조직문화 유형이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혁신지향적, 시장지향적, 혹은 수평적이고 포용적인 문화가 다양성과 혁신의 긍정적 관계를 촉진한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본 연구는, 특히 하이테크 산업과 같이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이러한 문화만으로는 다양성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기 어렵다고 본다. 수평적이고 포용적인 문화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때로는 과도한 자원과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 해결 방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성과나 경쟁을 중시하는 문화는 구성원들이 다양성을 적극 발휘하기보다 성과 압박에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공동체주의적 요소와 위계적 구조가 결합된 CHOC에 주목한다.
CHOC는 구성원 간의 소속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고, 명확한 규칙과 절차를 통해 정보 흐름을 구조화 하며 의사결정의 혼란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즉, CHOC는 다양성이 지닌 창의성은 촉진하면서, 동시에 갈등이나 비효율성은 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기능할 수 있다.
[Figure 1] Research Framework
[Figure 2] Moderating Effect of CHOC on Workforce Capability
이를 검증하기 위해, 본 연구는 2017년 한국 인적자본 기업패널(HCCP) 데이터를 활용해 총 216개 하이테크 기업과 2,906명의 구성원을 분석하였다. 성별, 연령, 학력, 전공을 기준으로 조직 내 인적 다양성을 정량화했고, 설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CHOC 지수를 도출하여 이들이 조직의 인적자원 역량과 혁신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CHOC가 존재할 경우 인적 다양성이 인적자원 역량을 높이고, 이를 통해 혁신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특히 CHOC의 수준이 높을수록 다양성이 조직 역량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강화되었으며, 이는 CHOC가 다양성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문화적 기반 임을 시사한다.
3. 시사점 및 기대 효과
본 연구는 단순히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효율적으로 협업하고 실제 성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기존에는 혁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졌던 CHOC가 오히려 다양성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데 유용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는 다양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이 조직문화 설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정책 결정자 또한 다양성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문화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데 도움이 된다.